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글쓰기 실력 폭발적으로 늘리는 법 : 필사

by 빅푸 2023. 8. 1.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비단 글쓰기가 아니라도 어디나 통용되는 말. 영어 배울 땐 쉐도잉, 받아쓰기. 컴퓨터 코딩은 교재에 나온 구문들 따라 치기. 그렇다면 글쓰기에서 모방은? 바로 필사. 제대로 된 필사는 한 문장 한 문단만 카피해서는 안된다. 글 전체를 카피해야 한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필사

필사는 다른 사람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을 말한다. 영어 공부로 치면 들리는 문장을 그대로 따라서 말해보는 쉐도잉과 비슷하다. 남의 글을 그대로 따라 써보면서 표현을 배우고 문장력을 올리고, 거기에 더 나아가 저자의 논리력과 글의 전개 방식까지 배우는 것이 바로 필사다. 사실 필사 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은 글쓰기 연습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지 제대로 필사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주로 생각하는 필사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 또는 문단이 나오면 이를 카피해서 써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제대로 된 필사를 하려면 글 전체를 통째로 카피해 봐야 한다. 글에는 흐름이 있다. 문맥. 그리고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있다. 따라서 문장만 카피해서는 이러한 것을 체화할 수가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정문정 씨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장을 필사하는 것은 감성을 올리는 데는 좋은 방법이지만, 글솜씨를 늘리는 데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나의 경우에도 필사를 통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 경험이 있다. 나는 영어로 글을 쓸 일이 많았다. 아무래도 과학계 쪽에서 연구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나의 주된 글쓰기 무대는 영어로 된 논문이었다. 참고로 나는 토종 한국인이다. 영어를 잘 못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다. 제일 처음에 논문 초안을 써서 지도교수에게 가지고 갔던 날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참 충격적인 날이었다. 나의 지도 교수는 내가 일주일은 꼬박 새워서 들고 간 논문의 첫 문단을 읽으면서 밑줄을 좀 치고 단어를 수정하다가 갑자기 빨간 매직을 들고 종이에 물음표를 크게 그렸다.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쓴 영어에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나름 신경을 많이 썼고, 심지어 사비 털어서 교정도 한번 받아서 간 거였다. 결과는 그냥 커다란 물음표. 물음표가 의미하는 게 그때는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 걸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논리가 부족하고, 글에 흐름이 없어서 안 읽혔기 때문이었다. 지도 교수는 원인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물음표만 빨갛게 크게 쳤다. 다시 일주일을 꼬박 수정해서 가져가도 물음표. 또 일주일을 수정해서 가져가도 물음표였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다가 보니 지도교수가 한마디를 했다. "다른 사람이 쓴 논문 안 읽어요? 그거 표현만 바꿔 써도 이거보다 나을 거 같은데..." 그 말을 듣고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논문의 전체적인 구조, 그리고 논리를 풀어나갈 때 주로 쓰는 단어들. 이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내가 봐도 글이 좋아졌다는 게 체감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지도 교수의 마음에는 계속 안 들어서 물음표 행진은 몇 달 동안 계속되긴 했다. 그렇게 필사를 통해 영어 글쓰기 체력을 키우고 나니, 나는 내 나름대로 내가 쓴 영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최소한 누가 읽어도 이해가 안 가서 욕을 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영어로 된 논문을 열두 편은 써서 냈다. 다른 연구자들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써낸 내용을 외국인 리뷰어들이 읽고 이 정도면 됐다는 인정을 받아낸 글이니 나름 자랑스럽다. 

 

영어로 된 글을 필사 하면서 배우게 된 것이 있다. 필사를 하면 가장 빨리 익히게 되는 것은 바로 표현이다. 나도 모르게 몸에 체화돼서 이럴 땐 이런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글의 논리적 흐름이다. 나의 지도교수가 빨간 물음표를 그렇게 쳐댄 이유는 문장이 이상해서라기보다는 글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글을 읽으면 흐름, 즉 문맥이란 게 있고 이걸 따라서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썼던 글은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이상했기 때문에 글을 읽다가 흐름이 턱턱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가 몇 줄 못 읽고 물음표를 쳤던 것이다. 더 읽어봐야 시간 낭비라면서 글을 덮어 버린 셈이다. 필사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쓴 논리를 많이 보게 된다. 책을 읽어도 보겠지만, 필사를 하면 그 논리와 흐름을 더욱 생각하면서 보게 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하는 필사 이므로 더욱 집중하면서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저자의 흐름을 몸에 익힐 수 있다. 나중에 많이 하다가 보면 이 저자가 잘 쓰는 사람인가 아닌가도 눈에 보이게 된다.  잘 쓴 논리, 그리고 술술 읽히는 글이란 게 어떤 건지 몸에 배기 때문이다. 

 

필사를 할때 글 전체를 카피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수백 페이지가 되는 책 한 권을 그대로 카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사실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때 베스트셀러 작가인 정문정 씨는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신문을 보다 보면 논평, 사설 같이 생각을 정리한 글들이 있는데 이걸 카피해 보는 게 효과적이다. 글의 분량이 길지 않을뿐더러, 짧은 글 안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 확실하게 담겨 있는 글이 바로 논평, 사설이다. 이런 글들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매일 한 번씩 카피하면 글 솜씨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보는 게 지금의 목표다. 아직 무슨 글을 쓸지도 잘 모르겠다. 일단 과학 논문은 아니다. 그래서 한글로 된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논평을 매일 하나씩 카피해 보려고 한다. 다행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매일 주요 일간지들의 기사를 캡처해서 보여준다. 조금 빨리 출근해서 이걸 카피해 보는 연습을 해보면 될 것 같다. 블로그는 매일 하나씩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수개월 뒤 나의 글을 여러분이 보고 늘었는지 아닌지를 본다면 필사가 글쓰기에 얼마나 효과적인 지도 느낄 수 있으시리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