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에서 나오는 사막 풍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투쟁, 생존과 정치적 모략의 요소들이 현실 세계의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아주 약간의 영화 배경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도움이 될 정도의 지식을 담아두었고 스포일러가 될만한 요소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듄 역사적 배경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공상과학영화입니다. 티모시 살라메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지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느끼셨겠지만 듄 속에는 다양한 역사적, 종교적 배경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해하고 있다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영화를 이미 보셨더라도 알게 되면 더욱 뜻깊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종교와 정치의 결합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듄의 세계관 속에서도 정치와 종교가 결합하면서 사회적 역사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됩니다. 프레멘들 사이에서 예언된 메시아, 폴 아트레이데스의 등장은,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목표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속에서도 이렇게 종교적 지도자가 정치적 변혁을 이끌어내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630년에 일어난 무함마드의 이슬람의 성지 메카 정복 사건과 같은 중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닮아 있습니다.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종교적 리더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호메트라고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한 인물입니다. 이슬람교도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인 메카의 폴리테이즘(다신교)으로부터 종교적인 박해를 받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622년 메디나로 이주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는 메디나에서 종교적, 정치적, 군사적 리더로 자리 잡게 되죠. 이후에도 메디나와 메카의 충돌이 있었는데, 무함마드는 630년에 메카 정복을 감행합니다. 이후에 이슬람교는 아랍 사회에서 정식 종교, 사실상 유일한 종교로 채택받게 되고 630년은 이슬람 달력의 원년으로 채택이 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무함마드는 이슬람교의 영웅으로 성인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영화 듄에서 우주의 귀족 가문들이 듄 세계관속 에너지원인 스파이스를 채취하기 위해서 아라키스 행성을 황폐한 채로 두고,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 채로 둡니다. 하지만 아라키스에 살고 있는 사막부족 원주민인 프레멘들은 이상향은 아라키스를 풀과 나무가 가득한 낙원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스파이스를 채취하는 것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 저항의 구심점에 정치력과 종교의 힘이 결합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영화의 주요 재미 포인트 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 변화를 영화에서 굉장히 잘 닮고 있습니다. 듄과 실제 역사의 연관성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도 연결이 됩니다.
| 석유를 둘러싼 중동과 서구 열강의 갈등
대표적인 예로 1953년 이란에서 발생한 모사데크 정권을 붕괴시킨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이란은 국내 석유 산업의 국유화를 추진했는데, 이는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중앙정보국인 CIA는 이란의 모사데크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서방적인 파할라비 왕조를 복원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실행했고 왕권을 복원시켰죠. 이 사건은 석유 자원을 통제하려는 국제 세력과 자원 국유화를 추구하는 지역 국가 간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중동지역의 석유 패권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란의 석유는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으로 국유화되지만, 그 결과로 알려졌다시피 미국과 이란의 국제적 갈등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지요.
또한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과정도 함께 떠올려 보게 됩니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금융 체계를 말하며, 이는 미국 경제와 달러의 세계적 지위에 극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0년대 초,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달러 가치를 금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중단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및 다른 석유 수출 국가들과의 협정을 통해 석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만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의 모든 국가가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달러를 확보해야만 했고, 이는 달러의 국제적 수요를 급증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달러는 세계의 주요 준비 통화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했고 미국 경제는 아시다시피 초 강대국으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석유 수출 국가들은 페트로-달러를 통해 엄청난 양의 달러를 쌓게 되었고, 이러한 자금은 종종 미국 국채 구매와 같은 방식으로 미국으로 재투자되어 미국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주요 석유 수출국 간의 경제적 및 정치적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듄에서의 스파이스가 아라키스라는 영화 속 세계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권력 관계, 경제적 의존도는 페트로-달러 시스템과 미국 및 사우디 아라비아 간의 관계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스파이스가 필수적인 자원으로서 갖는 전략적 가치는 실제 세계에서 석유가 가지는 역할과 매우 비슷하며, 이를 통제하기 위한 각 세력 간의 경쟁은 석유 자원을 둘러싼 실제의 국제 정치 갈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스파이스와 석유 간의 또 다른 중요한 유사점은 그 자원이 위치한 지역의 주민들과의 관계입니다. 아라키스의 원주민 프레멘들은 스파이스 채취와 그로 인한 환경 파괴, 외부 세력의 개입에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석유 자원이 풍부한 지역의 주민들이 정부에게 겪는 갈등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자원의 발견과 개발이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 공기 오염등의 환경 문제, 석유 개발에 따른 경제적 부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석유 개발지역에서의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나 노동권 침해등의 문제도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재개발 등 지역 개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들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듄을 보다보면 분명히 공상과학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와 영화가 자꾸만 오버랩되어 보입니다. 예술이 실제 세계를 반영하는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저도 보면서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각이 흡족할만한 멋진 예술 작품이자, 세월을 이겨내며 읽히는 SF 문학을 배경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거기에 더해서 실제 현실 세계의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던지는 화두까지, 오래간만에 즐겁고도 유익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꼭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꼭 듄 part1을 보고 part2, 3을 보시기를 간곡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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