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갈 때 신경 쓰이는 것들. 소매치기, 비싼 물가, 시위, 파업 등등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 하나 뽑자면 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프랑스는 에비앙의 나라로 에비앙이 굉장히 저렴합니다. 그리고 사실 수돗물도 마셔도 됩니다.
프랑스의 물 - 에비앙
프랑스 방문 계획중이라면, 그것도 아기와 함께 계획 중이라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물입니다. 물갈이에 대한 이슈 때문입니다.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정수 필터를 가져간다거나 뽀로로 물을 한 짐 싸짊어 지고 가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합니다. 저도 25개월 된 저희 아들, 그리고 14개월 된 친구 딸과 함께 프랑스에 2023년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프랑스에 다녀왔는데요. 물론 물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석회질이 많다는 물 때문에 아이들이 물갈이를 했다가는 안 그래도 어린아이들 데리고 힘들게 간 여행이 가시밭길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석회질 많은 물 때문에 고민인데, 프랑스 물가는 비싸서 생수 가격이 9유로(대략 만원 넘어감) 한다는 유튜브를 보고 나니 물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수필터가 달린 브리타 물통을 사갔고, 친구는 뽀로로 보리차를 트렁크 하나 가득 사가지고 왔습니다. 뽀로로 보리차의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고 프랑스까지 온 친구는 참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브리타 물통은 47100원 주고 쿠팡에서 구매를 했고, 뽀로로 보리차는 쿠팡에서 48개에 31440원 하고 있으니 대략 둘 다 5만 원가량(친구는 물을 옮긴 인건비로 생각함) 애들 물에 돈을 쓰고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봤자 별로 쓸모없는 준비였기 때문입니다. 서문에서 공개했듯이 프랑스는 에비앙의 나라입니다. 에비앙이라는 생수에 대해 대해 말하자면 청정 고급 생수의 대명사입니다. 프랑스 다논사(요구르트로 유명한 그 다논 맞음)에서 나온 생수로, 프랑스의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에비앙이라는 마을에서 청정 빙하가 녹아서 생긴 호숫물로 만든 생수입니다. 에비앙이 고급생수의 이미지를 갖추게 된 것은 내한공연을 오는 뮤지션들이 에비앙을 생수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마돈나는 에비앙을 호텔 욕조에 가득 채워둘 것을 요구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하여튼 에비앙이라는 생수는 고급 미네랄워터이고, 국내에서도 판매되는 생수, 수질을 인정받은 생수라는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됩니다. 해외 물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는 물의 대명사가 바로 에비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비앙의 존재를 알고도 왜 프랑스에 가면서 물 고민을 했을까요? 바로 비싼 가격 때문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 편의점 기준 500ml에 2,200원. 마트에서도 1,680원 이나 합니다. 제주 삼다수가 500ml에 480원 정도 하는 걸 생각하면 두 배가 아니라 세배 정도 비쌉니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에 에비앙 파는 걸 알아도 섣불리 사서 마실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프랑스 물가는 한국보다 비싸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 유튜브를 찾아보면 식당에서 생수 달라고 하면 9유로(대충 만원) 짜리 고급 생수(에비앙)를 준다고 하니, 물 한 병에 만원이나 주고 먹을 수 없다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그러니 뽀로로 보리차를 사가고, 브리타 정수 물병을 사갔겠지요.
프랑스에서도 에비앙이 비싼 편에 속하는 물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가면 에비앙은 마치 삼다수로 둔갑합니다. 2023년의 제 경험상 파리의 동네 편의점 기준 1.5리터 패트병 크기에 0.8유로(약 천 원)였습니다. 마트냐 편의점이냐 프랑스에서 구분하기는 어려워서 숙소 근처에 있던 까르푸 시티에서 판매하던 금액을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여하튼 제주 삼다수 수준의 가격에 에비앙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심지어 지역으로 내려간다면 가격은 더 싸집니다. 남프랑스의 해변에 있는 니스에 갔더니 동일한 크기의 1.5리터 페트병에 0.56유로... 마치 제주도 가면 삼다수 가격 더 싸지는 것처럼 저렴해지는 에비앙 가격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프랑스 갈 때 물 걱정 괜히 했다 싶었습니다. 페트병 낱개로 구매하든 6개 묶음으로 구매하든 가격은 동일합니다. 묶음으로 되어 있는 거에서 비닐 찢고 한 병만 계산해도 문제없으니 걱정 마시길. 저희도 에비앙을 6개 패트짜리로 계속 구매해서 먹었고, 마지막엔 남아서 에비앙으로 라면 끓여 먹고, 커피도 타마시고, 세수도 해보는 호사..... 를 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해간 브리타 물통은 써보지도 않았습니다. 친구는 애써서 가져왔다면서 뽀로로 보리차를 열심히 마시기는 하더군요.
프랑스 수돗물
에비앙 얘기는 이쯤까지만 하고 프랑스의 수돗물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프랑스 식당에서 생수가격으로 눈탱이를 맞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웨이터가 물 줄까 하고 물어보면, 'Tapp water'를 달라고 해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이나 글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탭워터가 바로 수돗물(Tapp water 구글에 검색해 보면 수돗물이라고 나옵니다)입니다. 프랑스 수돗물 수질은 마셔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지요. 많은 나라들이 실제로 수돗물을 그냥 떠서 마십니다. 제 경우에는 미국에서 수년간 보냈기 때문에 이 수돗물 마시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으실 겁니다. 마치, 서울에서 아리수(수돗물) 마셔도 된다고 광고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리수를 그냥 마시는 분들은 별로 없듯 말입니다.
여하튼 프랑스에서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길거리에 있는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파리 시 수자원 관리 기구인 'Eau de Paris'에서 발표하는 문서에 따르면 파리 시내에서 나오는 정화 시스템을 거친 물(싱크대, 야외 음수대)의 경우에는 모두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그냥 목마르면 음수대에서 물마시고, 식당에서는 Tapp water를 잘 마시고 다녔습니다. 에비앙은 물론 가방에 상시 들고 다니면서 애들이랑 아내가 잘 마셨습니다. 딱히 물을 가리고 마시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세요.
결론으로, 프랑스 갈때 물 걱정은 크게 하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파리 시내의 물은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수준의 물이며, 혹시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도 고급 생수로 인식되고 있는 에비앙이 삼다수 가격에 마트에서 살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처럼 돈들이고 몸 고생하면서 물 준비하시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여러분들의 여정이 편안하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물보다는 파리 여정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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