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요한 가치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그동안 고속 경제 성장과 함께 성공이 최고의 키워드였다면, 최근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행복을 뽑는 사람이 많다.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은 무엇이 있을까? 기부를 뽑아본다.
행복과 기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행복하려면 건강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걸 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뭐 다 맞는 말이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내 삶이 기본적으로 영위되지 않는다면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을 넘어서 세계 10위권의 강대국이 되었다는 말은 더 자세히 써봐야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계속해서 말한다는 것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직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증거다. 행복한 사람들이 굳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 행복한데.
그렇다면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도 마찬가지로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매일 맛있는 거 먹고살고, 우리 아들이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 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다니려고 노력도 해보고, 부동산 투자도 기웃거리고, 주식투자도 열심히 공부해 봤다. 돈을 벌어도 벌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어차피 내가 돈을 벌어봐야 쓰고 싶은 것은 많고, 내가 쓸 수 있는 것보다 비싼 물건은 늘 존재한다. 나는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처음에는 대형 세단을 사면 만족할 것 같았는데, 점점 눈이 높아진다. 내 차보다 비싸고 좋은 차는 많다. 거기에다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차를 산다고 하면 뭐 하나. 내년이면 새 차가 또 나올 텐데...
그렇다. 아무리 돈이 많고, 그걸 누릴 만큼 건강하다고 해도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돈을 벌고 또 벌어봐야 뭐 하나 나보다 부자는 늘 있는 법인데. 명예를 얻으면 뭐 하나 실수 한번 하면 개처럼 물어뜯으러 오는 사람들 천지에 널렸을 텐데. 내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으면 뭐 하나. 그것도 박수 한번 받고 나면 끝인데... 결국 내가 나를 위해서 뭘 한다고 생각해 봐야 이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행복을 찾다 보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마냥 끝이 없는 경쟁이다. 아직 성공도 못해봤고 돈도 많이 벌어본 것도 아니지만 생각만으로도 지친다.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해봤다. 답은 나의 빈 공간을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채워봐야 채워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방향은 내가 아닌 남을 향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나오는 것이 기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이 될 수도 있고 재능이 될 수 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팔을 뻗는 것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나를 향해서 팔을 움켜쥘 때는 조바심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기아대책을 통해서 내가 가진 것을 내 밖으로 흘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평안이다. 이제야 내가 돈을 벌어서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기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기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런데 별로 관심도 없고, 내가 착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기부를 하면서 내가 진짜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왜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생각해 보면,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의지하고 있던 그것을 놓아 보내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기부를 한다고 해서 내 생활이 부족해진 것도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강박증처럼 가지고 있던 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이게 제대로 가야 할 곳으로 가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원래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로 내가 나중에 내 아들에게 나는 이렇게 베풀면서 살았다고 당당하게 얘기해 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이 돌 때 돌잔치 대신 이웃의 손을 잡으라면서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앞으로 매년 아이의 생일에 기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이것을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는 기아대책이라는 기관을 통해서 기부를 하고 있다. 어떤 기관을 통해서 기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기관들이 제대로 운영을 안 하고 제 배불리기에만 바빠서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는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는 말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두려워한다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기관들이 운영이 되려면 내가 기부하는 돈으로 기관도 운영하고 홍보도 하고 해야지 어려운 사람들도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 필요한 돈이다. 기부 비율만 높고 운영 관리에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그 기관이 과연 존속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기부를 시작했다. '기아대책'을 선정한 이유도 내가 기부를 결심한 그 시점에 내 눈에 들어온 단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별로 없다.
내가 기아대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사용하는 방법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있다는 점이다. 교육, 보건 의료, 영성훈련, 생계 지원,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분야를 선택해서 후원을 할 수 있다. 국내 아동, 해외 아동에 대해 1대 1 결연을 맺어 후원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터키 지진과 같이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특별 후원도 가능하다.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기부하고 있는 기아대책에 후원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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