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한자로 터 기에 굴대 축을 쓴다. 쉽게 말하면 중심축이 되는 통화(화폐)라는 뜻이다. 영어로 쓰면 World Currency. 세계 화폐 정도 되겠다. 즉, 기축통화란 세계 시장에서 금융 거래 또는 무역을 할 때 중심이 되는 화폐라는 의미다. 현재의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다.
기축통화란
기축통화는 기축, 한자로는 기본이 되는 중심축이라는 의미다. 터 기, 굴대 축을 쓴다. 터 기는 기초를 의미한다. 어떤 일의 기초를 다질 때 '터'를 닦아놓는다는 말을 쓰는데, 이때 사용하는 '터'가 '기'축통화에서의 '기'를 의미한다. 굴대 축에서 굴대라는 말은 수레바퀴의 중심 구멍에 끼우는 막대를 말한다. 즉, 바퀴가 굴러가기 위한 중심축이 바로 굴대다. 따라서 기축통화에서 '기축'이라는 말의 의미는 수레바퀴의 중심축의 기초라는 말로,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즉, 기축통화는 화폐시스템에 있어서 중심축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영어로는 world currency. 세계 통화. 즉 세계에서 모두 사용하는 화폐라는 말이다. 현시점에서 말하자면 바로 미국 달러를 말한다.
기축통화가 달러가 된 이유
기축통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금',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미국 순으로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져왔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금이다. 금은 원소 중에서 반응성이 가장 낮다. 즉,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진 것이 바로 금이다. 시간이나 환경이 바뀌어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금이고,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폐로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금이 가진 최고의 단점은 바로 무게와 부피다. 즉,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을 화폐로 교환하고 화폐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화폐의 시작이다.
화폐가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금으로 바로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개념이 바로 '금본위제'라는 개념이다. 평소에는 화폐로 거래하다가 화폐를 금으로 바꾸고 싶다면 1대1의 가치를 가지고 교환이 되어야 한다. 이 개념이 최초로 도입된 화폐가 바로 영국의 파운드다. 영국은 발달된 금융업과, 강력한 해군력을 기반으로 해상무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영국 치하에 있는 나라들이 모두 영국 화폐인 파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영국의 파운드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지고 간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의 힘이 쇠하고 미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기축통화의 위치는 영국의 파운드에서 미국의 달러로 넘어간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영국이 보유한 금 보유량이 부족해지자 영국은 1931년 금본위제를 포기한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럽의 힘이 약해지고 미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며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2강 체제가 구축된다. 세계대전 과정에서 전쟁 자금이 부족했던 유럽 국가들은 물자 조달을 위해 미국에 금을 넘기고 전쟁 군수물자를 받아오며 미국의 금 보유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뒤 세계의 금 보유량의 70%를 미국이 보유하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이 금본위제를 실시하게 되며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브레튼우즈 협정이다. 브레튼우즈 협정은 세계 대전 후 질서의 복구를 위하여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동의하게 된 협정이다. 이때 금 1온스를 35 미국달러로 고정시키도록 정하였고. 금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나라들의 화폐의 가치를 정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미국의 금 보유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유지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금과 달러를 교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심지어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1971년 달러와 금의 교환을 중지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 달러의 금본위제가 폐기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기축통화로 미국 달러를 사용한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계기는 미국 달러가 여전히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 달러가 가치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페트로 달러. 오일 머니다. 페트로 달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사이의 거래로 성립이 되었다. 아시다시피 원유가 없이는 세계 경제는 굴러가지 않는다. 에너지를 원유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현대 산업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거래를 오직 미국 달러로만 한다는 협약을 맺어 전 세계가 미국 달러를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그 결과 미국 달러는 금본위제 없이도 여전히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석유 거래 외에도 전 세계의 무역이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사실상 세계의 금융시스템과 경제는 미국 달러에 종속되는 상태가 되었다.
기축통화의 미래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의 지위는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사실 아무도 알 수 는 없지만, 2023년 현시점에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시켜 준 페트로 달러 시스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유는 중국의 위안화로 원유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석유 중심의 일원화된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고 싶던 사우디의 빈 살만은 중국의 위안화로 원유 거래를 시작하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가 깨졌다. 심지어 2023년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탈달러를 선언한 바 있다.
https://m.blog.naver.com/donsee/223196542073
물론 페트로 달러 체제가 깨지고, 중국이 탈달러를 선언한다고 해서 기축통화가 달러에서 위안화로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공고하게 금융 시스템이 짜여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양의 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 혹자는 전 세계 어딜 가더라도 스타벅스에서 달러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축통화가 항상 달러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반도체 전쟁, 중국 대만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될 수 도 아니면 무너질 수 도 있다. 이러한 굵직한 트리거가 될 만한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달러의 미래에 대해 점쳐보고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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