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 목적으로 미래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선정된 소자 기술은 강유전체, 자성체, 멤리스터 세 가지다. 강유전체는 디램과 낸드의 장점을 합쳐 초고속 비휘발성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로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종목이다. 정확히는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 효자종목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 3위 기업 SK하이닉스가 모두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반도체 RnD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인데, 아무래도 미중 분쟁으로 인한 미국의 간섭, 그리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추격자 등장에 따른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이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수출 효자종목으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청사진 제공으로 보인다.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은 반도체 기술은 소자, 설계, 공정의 3가지 분야로 나누고 10개의 미래기술을 뽑았다. 소자 기술은 강유전체, 자성체, 멤리스터. 설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6G 통신용 반도체, 전력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공정은, 원자층 증착(ALD), 이종집적(칩렛), 3D 패키징이다.
이 글에서는 소자 기술 중에서도 강유전체 기술이 무엇이고 미래기술로서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반도체 미래기술 : 강유전체 메모리(Ferroelectric Memory)
강유전체(Ferroelectric) 메모리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르다. 그리고 비휘발성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이 강유전체가 유망 미래기술로 뽑힌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효자 종목은 메모리다. 메모리는 DRAM과 NAND로 나눌 수 있다. 뭐 다른 방식의 메모리도 나올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DRAM과 NAND로 구분하면 되고, 이 두 가지가 대한민국의 효자 수출품이다. DRAM의 특징은 빠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기억력을 잃어버린다. 이런 특징 때문에 DRAM은 컴퓨터가 동작할 때만 사용한다. 전기가 공급되는 상황에 빠르게 컴퓨터가 계산하는데 활용된다. NAND는 느리다. 하지만 비휘발성 메모리다. 비휘발성이라는 것은 한번 기억하면 계속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를 끊어버려도 기억을 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NAND는 SSD 또는 USB 같은 저장 장치에 사용이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DRAM은 우리가 공부할 때 책상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노트이고, NAND는 공부를 다 마치고 나서 책장에 꽂아둔 노트다. 바로바로 찾아볼 때 사용하는 것이 DRAM.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이 NAND다. 강유전체는 DRAM의 빠른 스피드와 NAND의 비휘발성의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신소재이다. 전기를 가해주는 방향에 따라서 빠른 속도로 재료가 가지고 있는 격자 구조의 극성이 바뀐다. 이 극성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유지가 된다는 것이 강유전체의 특징이다.
강유전체 메모리가 중요한 이유
메모리 신시장 개척
강유전체를 가지고 메모리를 만들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DRAM과 NAND 외의 메모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유전체로 DRAM을 만들면 DRAM에 기억력이 생길 수 있고, 강유전체로 NAND를 만들면 NAND의 동작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즉, 강유전체를 사용하면 DRAM과 NAND의 중간정도 특성을 가진 메모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아까 DRAM을 책상 위의 노트. NAND는 책장 안의 노트로 비유했는데, 이렇게 DRAM과 NAND의 중간 특성을 가지는 메모리를 만들면, 책장에 두는 것보다는 자주 사용하는 책상 서랍 안의 노트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컴퓨터 시장에서 메모리 계층의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신 시장 개척 목적으로는 주로 DRAM의 구조에 강유전체 물질을 넣어서 비휘발성 메모리 특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방향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NAND 기술 개발 한계 극복
또한, 강유전체 메모리는 NAND의 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 NAND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몇 층을 쌓았다는 말이다. 100층 200층.... 나중엔 1000층을 쌓겠다는 등등. NAND는 메모리 소자의 용량을 키우기 위해서 층수를 높이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이 층수 증가 전략에는 한계가 보이고 있다. 바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NAND 메모리 Cell 물질인 silicon nitride에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압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전압의 크기를 유지한 채로 층수를 올리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작 전압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신소재가 필요하다. 그 가장 중요한 후보군이 바로 강유전체다.
여기서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전압과 층수를 올리는 것의 관계일 것이다. 선뜻 생각하기에 층수를 그냥 올리면 되는데 왜 전압이 문제가 되는지 연결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NAND의 구조와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단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NAND 구조는 유리막(silicon dioxide)과 전극으로 반복된 층을 쌓고 여기에 수직 한 구멍을 뚫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구멍을 얼마나 예쁘게 잘 뚫어내는가가 NAND의 핵심 기술이다. 그런데, 이 층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 록 구멍을 뚫기가 어려워진다. 이걸 한 번에 예쁘게 뚫어내지 못하면 100층단위로 한 번씩 구멍을 뚫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NAND의 생산단가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만들어봐야 돈을 벌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여러분이 종이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 것을 가정해 보자. 한 장을 뚫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종이가 10장이 되고, 50장이 되고, 100장, 200장이 된다면? 구멍을 뚫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한 번에 뚫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내가 만약 100장까지 한 번에 뚫을 수 있다면? 200장을 뚫기 위해서는 100장을 한번에 뚫고 다음 100장을 뚫어서 겹쳐둘 것이다. 만약에 1000장을 뚫어야 한다면? 100장씩 10번을 반복해서 뚫어야 한다. 하지만 이걸 좀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얇은 종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해 보자. 한번에 100장씩 뚫을 수 있던 것을 200장씩 뚫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1000장을 뚫기 위해서 10번 반복해야 할 것을 5번만 반복하면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구멍을 쉽게 뚫기 위해서 유리막(Silicon dioxide) 두께를 점점 얇게 만들고 있다. 이 유리막은 NAND가 동작할 때 필요한 전압을 견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층을 구분해 봐야 전기가 서로 층마다 통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유리막의 두께가 얇아지면 낮은 전압에도 쉽게 유리막이 쉽게 파괴된다. 그렇기 때문에 NAND 메모리 Cell의 동작 전압을 낮춰야 하며, 이를 위한 후보 기술이 강유전체이다.
이 내용은 SK하이닉스에서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한국이 선도적인 입장에 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관련 논문 링크를 찾아보시라.
AI에 적합한 신소재
강유전체가 유망한 신소재인 이유는 메모리를 떠나서 AI 연산에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AI 연산에 필요한 특징이 바로 빠른 속도, 그리고 비휘발성이다. AI 연산 알고리즘의 가장 주류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이다. 이 인공신경망은 연산을 하는 각 노드마다 가중치라는 것을 가진다. 이 가중치를 저장하는데 가장 적합한 물질 후보로 강유전체가 뽑히고 있다. 물론 이유는 빠르고, 비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숫자의 가중치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NAND 구조에 강유전체를 적용하면 AI 연산용 소자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까지 반도체 미래기술로 뽑힌 강유전체가 무엇이고, 강유전체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강유전체와 관련된 기술에 대해 투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작정 무지성으로 강유전체 관련주를 사는 것보다는 좋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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