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비염환자라면 이비인후과에서 비염수술 권유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코안의 콧구멍과 콧구멍을 나눠주는 연골, '비중격'이 휜 것을 피는 수술을 비염수술이라고 한다. 필자는 신촌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았고 총비용은 약 140만 원 정도. 수술시간은 한 시간 걸렸다.
비염수술 후기
비염수술을 결심한 계기
필자는 지독한 비염 환자다. 사실 비염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계의 MVP다 귀, 코, 목구멍 모두 좋지 않다. 여하튼 매년 봄, 가을 환절기만 되면 콧속이 붓고 콧물이 주룩주룩 나는 것은 기본. 눈은 뜯어내고 싶을 정도로 가렵고 귓속도 가렵다. 거기에다가 어깨도 늘 뭉쳐서 두통도 달고 산다.
사실 비중격만곡증 수술(비염수술)을 권유 받은 것은 20년 전이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고 코가 편하다는 게 사실 어떤 느낌인지 알지를 못해서 수술을 받지 않고 버텨왔다. 사실 비염환자들은 나면서부터 코가 늘 문제기 때문에 코로 숨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코로 숨 쉬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잘 모른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면 힘들어하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비염환자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났다. 부모님이 되신 분들은 다들 겪는 일이지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면부족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게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즉 비염이 아주아주 심해졌다. 코 속이 늘 부어 있어서 콧구멍 중간과 바깥쪽이 서로 닿으면서 찢어지는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비염이 심해지다 보니 주변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을 때도 담배냄새가 났다. 회사에서도 담배냄새가 나서 주변사람들에게 담배 피우고 왔냐고 물어보고 다녔는데, 내 코가 이상해졌던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 되니깐 정신병에 걸릴 거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결국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치료 과정과 후기
나는 신촌세브란스 조형주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다. 비중격교정이 큰 수술은 아니고 오래된 수술이라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인지라 큰 병원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비염 환자로 살아온 세월이 거의 40년 가까이 되는지라 수술이 그렇게 급한 게 아니라는 점도 진료 예약 및 수술일정을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굳이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진료의뢰서를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발급받고 세브란스 병원 진료 예약을 했다.
세브란스 진료 예약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전화번호는 1599-1004이고 평일 기준 8:00~13:00에, 토요일은 08:00~13:00에 전화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인터넷 예약은 회원이나 비회원 관계없이 예약이 가능하다.
세브란스 초진때는 조형주 교수님을 만나 진료를 받았다. 진료 예약 시 비중격만곡증 때문에 왔다고 전달해 두었기 때문에 교수님을 만나 진료받기 전 엑스레이를 먼저 촬영했다. 비중격이 휘어있는 정도를 확인하고 수술 결정을 하였다. 알레르기 상태가 어떤지는 수술 후 진료를 하면서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수술 전 받아야 하는 검사는 후각 검사, 미각 검사, 콧속 공간 크기 측정 검사, 알레르기 검사, 코 CT 촬영이다. 그리고 전신마취를 해도 되는 환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피검사를 진행했다. 나의 경우에는 첫 진료가 오후 늦은 시간대였기 때문에 따로 예약을 잡고 방문해야 했다. 혹시 초진 진료를 오전으로 잡은 경우에는 관련된 검사를 당일날 모두 받을 수 도 있다. 그러면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을 수 있기 때문에 오전 진료로 예약하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알레르기 검사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 검사 전 2주 동안은 알레르기 관련된 약을 먹으면 안 된다. 즉 항히스타민제 관련 약을 먹으면 검사결과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고 한다.
수술 일정은 총 3일이다. 수술 전날 입원, 수술 다음날 퇴원이다.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전날에는 이를 위한 준비를 한다. 준비하는 건 사실 그렇게 대단한 걸 하지는 않았다. 코털을 아주 깔끔하게 민다. 이게 정말 깨끗하게 밀어야만 하는지 사실 조금 아프다 느낄 정도로 면도를 했다. 또한 수술 12시간 전에는 금식이 필요하다. 다른 병원에서는 전신마취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신촌 세브란스에서 진행하는 경우에는 전신마취를 한다.
입원을 하고 나면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나의 경우에는 비중격교정만 필요할 줄 알았는데 하비갑개 축소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비갑개는 코 속에 있는 살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CT 촬영 결과를 보니 콧속에 하비갑개가 아주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비갑개축소술은 고주파로 열을 발생시켜서 하비갑개가 수축되도록 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다 보면 오징어나 고기를 구울 때 열을 가하면 고기 부피가 쑥 줄어드는데 그런 원리가 아닐까 싶다. 하비갑개 축소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된다.
수술 시간은 한시간에서 길면 두 시간정도 걸릴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11시 반에 수술 들어가서 12시 반에 끝났고 1시 반에 회복실에서 나와 병실로 돌아왔다. 전신마취를 하고 했기 때문에 수술이 힘들었거나 하진 않았다.
수술하고 나면 콧속에 비중격을 고정하기 위한 플라스틱을 코 양쪽에 넣어 두고, 솜으로 코 속을 꽉 채워 둔다. 이게 정말 엄청나게 답답하다. 콧속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피도 피지만 콧물이 엄청나게 나온다. 그리고 그 콧물과 피는 거즈를 적시고 코 밖으로 나오면 오히려 다행인데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입으로 나온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고 컵이 코에 닿으면 힘들기 때문에 빨대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빨대로 마시더라도 코가 꽉 막혀 있기 때문에 물을 마시면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코에 압력이 가해져서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숨을 계속 쉬어야 하기 때문에 입안이 엄청 마르고 입술이 다 튼다. 하룻밤 사이에 엄청나게 터버린 입술 통증은 수술하고서도 일주일 정도 지속됐다. 따라서 수술하시는 분들은 입술에 바를 립밤이나 보습제를 꼭 챙겨가시기를 바란다.
수술 다음날에는 콧속에 넣어둔 솜을 빼고 콧속을 정리하고 퇴원했다. 솜을 빼고 나면 코로 숨을 쉴 수 있어서 편하긴 한데, 비중격을 고정하기 위해 넣어둔 플라스틱이 아주 불편하다. 코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콧속이 은근히 아프고 잘못 움직이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특히 웃을 때 엄청 힘들고 아프기 때문에 조심하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플라스틱도 이물질이라 이걸 넣어둔 기간 동안에는 플라스틱 위로 콧물이 엄청나게 나오고 코딱지도 엄청나게 낀다. 하지만 쉽사리 풀거나 파낼 수 없다는 점이 정말 힘들다. 이 플라스틱은 수술 후 일주일 뒤 제거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항생제와 진통제, 그리고 비염약을 처방받아먹었다. 코에 비염 스프레이도 뿌리고, 황색포도상구균을 없애는 코에 바르는 연고도 받았다. 아무래도 수술 부위 감염을 막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감염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아무리 답답해도 콧속을 손으로 파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이 플라스틱을 뽑아내고 나면 그야말로 신세계다. 콧속이 이렇게 실평수가 잘 뽑힌 공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로 숨 쉰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일주일 동안 불편한 거 아픈 거 다 참아가면서 고생하고 나면 수술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치료 비용
치료 비용은 총 1,391,810원이 들었다. 플라스틱 빼는 날까지 들어간 비용이고 이후에는 비염치료 관련해서 병원에 몇 번 다녀왔는데 여기 해당하는 금액은 제외했다. 병원 방문일 별 비용 상세 내역은 아래와 같다.
331,820 원 (초진 비, Xray, CT 촬영비)
222,300 원 (미각 후각 검사, 콧속 크기 측정 검사, 혈액검사, 알레르기 검사비)
799,890 원 (입원비, 수술비)
37,800 원 (플라스틱 제거, 비염 진료비)
이 중 비급여 항목 총액은 387,483 원, 급여 항목 총액은 1,004,327 원이다. 혹시 급여항목에 대해 지급받는 보험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여기까지 비염수술(비중격 교정술 + 하비갑개축소술)을 받은 후기에 대해 적어 보았다. 지금까지는 정말 대 만족이다. 운동을 할 때도 코로 호흡이 수월하니 운동능력도 상승한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수술했다고 알레르기 비염이 아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어서 코가 붓더라도 코 벽이 서로 닿지 않으니 통증이 없다는 점도 좋다. 그러다 보니 코 벽이 닿아서 계속 알레르기 반응이 계속 심해지는 그런 게 안 나타나는 것 같다. 왜 이제 했을까 하며 그동안 힘들게 호흡해 왔던, 고통받아왔던 나날들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혹시 나처럼 비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면, 그리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수술을 권유받았는데 겁나서 못하고 계시다면 일주일만 눈 꽉 감고 참으면 신세계가 열린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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