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지명타자는 투수 대신에 지명받아 타격에 나서는 선수를 의미합니다. 내야수, 외야수, 포수처럼 수비에 나오지 않고 타격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포지션입니다. 지명타자들은 대개 빼어난 타격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팀의 공격적 흐름을 이어가는 등 야구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지명타자로는 오타니 쇼헤이, 데이비드 오티즈, 박용택 선수가 있습니다.
|| 야구 지명타자
야구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습니다. 지명타자는 Designated Hitter, 줄여서 DH라고 표시합니다. 지명타자는 수비 없이 타석에만 서는 타자입니다. 야구의 수비 포지션은 투수, 포수, 내야수(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총 9 명의 수비수로 구성이 됩니다. 타순도 이에 맞게 끔 9번 타자까지 있습니다. 여기서 지명타자 제도는 특별히 한 명의 타자를 수비 없이 출전하게 해주는 제도로, 특별히 투수 대신에 타격을 전문으로 하는 타자를 세우는 제도입니다. 그러니깐 투수가 나 대신 타격할 사람을 지정해서 지명한다는 의미로 지명타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지명타자가 필요한 이유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면서 얻게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팀 공격력 향상과 투수 보호입니다. 지명타자 제도의 효과 둘 모두 투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투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투수는 타자에게 공을 던져서 야구를 시작하는 포지션입니다. 타자가 공을 치기 어렵게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에게는 타격연습보다는 공을 던지는 투구 연습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니깐 투수들은 보통 공격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오타니 쇼헤이 선수와 같은 투, 타 모두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도 있습니다만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이니 보통 투수들은 전문 타자들과 비교했을 때 공격력이 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들이 타석에 나와서 공격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는 한 타석을 그냥 낭비하는 셈입니다. 총 9명의 타자들 중 한 타자가 제대로 공격을 못하면 비율상으로는 10%가 넘어가니 팀 입장에서는 엄청난 낭비입니다. 팀만 그럴까요? 야구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이 잘 될 때 흐름이 쭉쭉 이어져 나가야 점수도 잘 나고 야구를 보는 재미도 있는 법인데, 투수가 갑자기 타석에 나와서 공격 흐름 다 끊어버린다면 야구가 재미가 없어지겠지요. 즉, 지명타자 제도는 팀 공격력을 강화하며, 공격력 강화를 통해서 야구를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투수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포지션입니다. 특히 선발 투수의 경우에는 한 경기에 출전하면 공을 많게는 100개 이상 던져야 합니다. 공 던지는게 무슨 대수냐라고 생각하실 수 도 있겠습니다만, 밖에 나가서 공을 전력투구 2~3개만 해보셔도 얼마나 체력 소모가 큰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거기에 더해서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입니다. 그만큼 부상당하기 쉽고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포지션이 바로 투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타격 시 쉬게 해주는 지명타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로 수비를 잘 못하고 공격력만 뛰어난 타자들에게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 수비가 부담되는 선수도 타격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선순환 효과도 생기는 셈입니다.
| 지명타자 소멸
지명타자 규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명타자는 오직 투수만을 대체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수비수들, 그러니까 내야수, 외야수나 포수를 대신해서 들어갈 수 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야수, 외야수, 포수로 뛰고 있던 선수가 경기 도중에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지명타자가 수비를 보러 다른 포지션으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 경우 투수를 대신해서 타석에 서던 지명타자가 수비 포지션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서 공격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지명타자 소멸'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지명타자 소멸이 발생한 경우에 투수를 정말로 타석에 세우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명타자 소멸은 보통 경기가 거의 끝날 즈음에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가 타석에 서야 할때 대타로 다른 타자를 출전시켜 타격을 하고 이닝이 종료되면 다음 이닝에는 대타로 나온 선수를 다음 투수로 교체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합니다.
| 지명타자 유명 선수
- 박용택
KBO를 대표하는 지명타자로는 박용택 선수가 있습니다. KBO가 자랑하는 타격의 달인입니다. 19년 동안 통산 타율 0.308, 통산 OPS 0.821, 통산 장타율 0.421, 통산 홈런 213개를 쳐냈습니다. 커리어 하이로 볼 수 있는 2009년에는 무려 타율이 0.375에 달하는 엄청난 정확도를 보여주는 중장거리 타자입니다.
지명타자는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 또는 부상을 당한 선수, 하지만 타격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차지하는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박용택 선수입니다. 박용택 선수는 원래는 외야수입니다. 그것도 꽤 괜찮은 수비 실력을 보여주는 외야수였습니다. 중견수 수비도 보고 우익수로도 출장해서 보살 플레이도 자주 나오는 수비수였습니다. 2008년 말 많은 혹사 논란으로 어깨 부상이 있었고, 이후 2009년 시즌부터는 지명타자로 출장하게 됩니다. 2009년은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지명타자로 그야말로 불꽃같은 시즌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망가진 어깨는 돌아오지 않았고 소녀 같은 어깨를 가졌다고 해서 팬들로부터 '소녀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명타자로 엄청나게 화끈한 타격을 보여주는 날에는 활화산 같은 타격을 펼친다고 해서 '용암택'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박용택 선수의 많은 별명이 증명하듯 박용택 선수는 LG 트윈스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은 선수입니다. 박용택 선수의 등번호 33번은 LG 트윈수 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오타니 쇼헤이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를 뽑으라면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투타 모두에서 입지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 선수 입니다. 투수로 스위퍼라는 구종을 앞세워 메이저리그를 그야말로 초토화시킨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타격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입니다. 투수로 출전하는 날에는 당연히 타석에서고, 투수 출전하지 않는 날에도 지명타자로 타석에 서는 투, 타 모두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어서 무기를 두 개 사용한다는 뜻으로 이도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Two way player 또는 Two wayer라고 합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2023년 시즌 기준 타율 0.301, OPS 1.066, 홈런 44개로 엄청난 타격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홈런과 OPS 모두 아메리칸 리그 전체 1위입니다. 투수를 겸업하면서 이렇게 타격을 할 수있는 타자를 지명타자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낭비라는 생각도 듭니다. 투수로서 오타니 선수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투수 겸업 없이 전문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데이비드 오티즈선수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 데이비드 오티즈
데이비드 오티즈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한 전문 지명타자 선수입니다. 1997년 미네소타 트윈즈의 1루수겸 지명타자로 데뷔했고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뒤 2016년 은퇴했습니다. 1루수로 278경기, 지명타자로 2015 경기를 뛴 사실상 지명타자 전문선수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한 14 시즌 중 10 시즌 동안 올스타게임에 출전할 정도로 인기도 많고 뛰어난 활약을 했습니다. 빅 파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오티즈 선수가 지명타자로 정말 대단한 이유는 바로 지명타자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명타자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선수들이 있기는 합니다. 에드가 마르티네즈, 폴 몰리터 같은 선수들이 오티즈에 앞서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오티즈는 전문 지명타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선수 커리어 내내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기가 88%에 달합니다. 70% 이상 지명타자로 출전한 선수로는 데이비드 오티즈가 지명타자로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선수입니다. 물론, 중간에 2003년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있습니다만, 약물 파동 이후에도 13년간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명타자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명타자가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타격이 좋다고 할 지언 전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반쪽짜리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실제로 야구는 지명타자를 0.5명으로 계산해서 9명의 선수와 지명타자 합쳐서 9.5명이 하는 경기라고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이 지명타자들은 평가절하를 당하고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도 외면을 받곤 했는데, 이러한 편견을 깨고 지명타자라는 포지션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워준 선수가 데이비드 오티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티즈 선수는 통산 타율 0.286, OPS 0.932, 홈런 541개를 기록했고, 2008년에는 타율 0.332, OPS 1.066 홈런 35개를 쳐내며 커리어 하이를 맞이했습니다. 2006년에는 홈런 54개를 쳐내며 홈런타자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타격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한 커리어를 보여준 선수입니다.
여기까지 지명타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명타자는 야구의 본질에 대해 따지자면 그에게서 빗겨가는 제도입니다만 야구의 재미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2022년을 기준으로 양대 리그 모드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명타자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타격실력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보면 보다 재미있게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다가 나오는 야구 용어, 또는 야구 포지션들에 대해 궁금하셨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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