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에 있어서 연구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여기서 가설이란 것은 주장하고 싶은 바를 의미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연구를 하려면 가설을 잘 세워야 한다. 가설이 별 볼 일 없으면 아무리 멋들어진 대단히 어려운 실험을 해서 이를 검증해내더라도 별 볼 일 없는 연구가 되고 만다. 주장하려고 하는 내용이 별 볼 일 없는데, 잘 검증해봐야 별 볼일 없는 것이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좋은 연구자는 가설을 잘 세운다. 그것이 기본이다.
가설을 잘 세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3가지 정도의 핵심 능력이 필요한데, 첫째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 많아야 한다. 둘째로, 들어있는 것이 많다면 이를 잘 꿰어낼 수 있는 능력, 즉 논리력도 필요하다. 셋째로는 자신이 하고자 하려는 주장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파악하는 통찰력이다. 공교롭게도 세 가지 모두 독서를 통하여 키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가져오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주장하는지 살펴보기,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모두 많이 읽는 행위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 들이다.
연구자의 독서의 대상은 대표적으로 논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둔 리포트이다. 논문을 읽으면 최신 기술 동향, 구체적인 실험 방법, 그리고 연구 결과의 임팩트가 드러난다. 좋은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파악해야 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검증 가능한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봐라'라는 말이 있다. 다른 훌륭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연구의 시작인 가설 세우기는 독서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훌륭한 연구를 위해서는 논문만 많이 읽으면 될까? 연구 가설을 잘 세우겠다고 논문만 읽고 머리만 쓰고 있으면 절대로 좋은 생각은 나오지 않는다. 대학원에 있다 보면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난 오늘 반드시 연구주제를 찾아내겠어, 논문을 몇 편을 읽을 거고, 그걸 어떻게 정리할 거고...."
이렇게 고민만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좌절에 빠지고,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해하며 힘들어한다. 필자도 겪은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연구하기 좋은 아이디어는 마음에 여유가 있고, 연구 말고도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있을때 나온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면 뭔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걸 생각을 비틀어야 한다고 표현한다. 생각을 비틀기 위해서는 연구와 관련된 내용만 머릿속에 있으면 안된다. 다양한 여백도 필요하고 상상력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들도 필요하다.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이야기들도 좋다. 좋은 생각은 남들이 보지 않는 것들 하지 않는 생각들을 할때 갑자기 뿅 하고 튀어 나온다. 논문 말고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의 과학기술 분야를 꿰뚫는 말로 '융합', '통섭' 과 같이 뭔가를 섞어서 해야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표현들이 있다. 섞을만한 다양한 재료들을 갖추는 것이 연구에 참 중요하다. 섞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마음속의 여유다. 참 신기하게도 지식을 섞으려면 머릿속에 여유 공간이 없으면 안된다. 마치 빈틈이 없을 정도로 꽉찬 비빔밥은 비비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뉴턴도 사과가 떨어지는걸 바라보는 여유가 있지 않았나! 물론 그 이전에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만유인력의 밥칙을 떠올릴만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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