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어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의 종류는 아닙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측면을 살짝 걸치듯 들어가는 슬라이더의 코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바깥으로 빠져나간 볼처럼 보이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는 그런 공입니다.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커브 커터 등도 백도어로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슬라이더를 통해 백도어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고, 백도어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선수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 백도어 슬라이더
백도어 슬라이더는 특별한 구종은 아닙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코스를 '백도어'라고 합니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백도어 코스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백도어 슬라이더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만, 특별히 슬라이더에만 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류현진 선수 같은 경우에도 MLB 시절 백도어 '커브'를 많이 던지기도 했습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굉장히 강력한 무기 입니다. 타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 몸 쪽으로 오는 공보다는 바깥쪽으로 오는 공이 더 치기가 어렵습니다. 몸 쪽으로 오는 공은 힘을 실어서 치기가 쉬운 반면 바깥쪽으로 오는 공에는 몸의 회전 중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공에 힘이 잘 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확실히 나간다고 판단하는 공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습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무기입니다. 타자 바깥쪽으로 던지는 공인데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공의 횡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는 그런 공입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기본적으로는 바깥쪽 공이므로 왼손 투수가 우타자에게, 오른손 투수가 좌타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만으로 설명해서는 이해가 좀 어려울 수 있으니 그림을 통해서 더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백도어 슬라이더와 스트라이크 존
백도어 슬라이더에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알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집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홈플레이트 위의 타자의 어깨부터 무릎 높이 공간입니다. 여기서 '홈 플레이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홈 플레이트 위의 공간이므로 스트라이크 존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 공간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 적어두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타자 입장에서 바라봤을때는 자기 몸에서 가까운 홈플레이트 라인이 있고 먼 홈플레이트 라인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쪽을 프론트 도어, 먼 쪽을 백 도어라고 부릅니다. 홈 플레이트는 집이니까, 타자 가까운 쪽이 프론트 도어(front-door, 앞문) 먼 쪽 백 도어(back-door, 뒷문)이라고 부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그러니까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한 백도어 라인을 지나서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는 슬라이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라이더 궤적으로 표시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그림과 같이 백도어 지역을 통과해 들어오는 슬라이더입니다. 타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바깥쪽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공처럼 보이지만 수평 방향으로 변화하는 무브먼트가 커서 막상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갈 때는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는 공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계화면의 네모모양에서는 스트라이크 바깥을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백도어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던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 백도어 슬라이더로 유명한 투수
백도어 슬라이더를 잘 던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구가 굉장히 좋거나, 두 번째는 슬라이더의 횡 무브먼트가 굉장히 크거나입니다. 물론 둘 다 뛰어나야지 백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겠습니다만, 횡으로 공이 많이 휘지 않더라도 제구를 통해서 컨트롤할 수 도 있고, 횡 무브먼트가 강해서 백도어가 상대적으로 쉽게 들어가는 투수들도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김광현 선수, 후자의 대표는 김병현 선수입니다.
- 김광현 백도어 슬라이더
김광현 선수의 슬라이더는 사실 백도어를 던지기에 아주 좋은 구종은 아닙니다. MLB 통계 분석 사이트인 SAVANT에 의하면 김광현 선수의 슬라이더는 수직방향으로 36.5 인치(~93cm) 수평방향 5인치(13cm) 휘어지는 사실상 종 슬라이더에 가까운 구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김광현 선수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바로 뛰어난 제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만한 강력한 멘탈이 있는 선수가 바로 김광현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대한민국에서 슬라이더가 좋은 선수를 뽑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뽑히기도 합니다.
아래는 김광현 선수의 백도어 슬라이더 영상입니다. 영상 전체가 백도어 슬라이더를 잡은 것은 아니고, 김광현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인데요, 4분 35초에 나오는 공을 보시면 스트라이크 존 바깥을 지나는 것처럼 표시되지만 심판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는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김병현 백도어 슬라이더
김병현 선수는 MLB 5대 마구로 뽑히는 슬라이더를 구사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른바 프리스비 슬라이더라고 하는데요, 프리스비를 던진 것처럼 횡방향으로 엄청나게 휘어들아가는 공을 던집니다. 어느 정도 휘어지는지는 오래전 기록이라 수치화되어 남아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저게 사람이 던진 건가 싶을 정도로 공이 휘어집니다. 지금으로 치면 마치 스위퍼를 구사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백도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김병현 선수의 공이 큽니다. 김병현 선수가 공을 던질 때 MLB 해설위원들이 백도어 슬라이더를 표현하면서 우리나라에 백도어라는 말이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임팩트가 큰 슬라이더를 던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병현 선수는 애리조나 시절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로서 활약했는데, 마무리 투수란 자고로 팀에서 구위가 가장 강력한 투수가 던지는 포지션입니다. 심지어 그해 애리조나가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으므로, 김병현 선수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을지 감히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별명은 김병현 선수 이름 이니셜인 BK에서 본떠 Born to K. 삼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리즈비 슬라이더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백도어 슬라이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의 횡적인 움직임을 이용해서 타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구종입니다.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진 공인 척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 뒤로 걸쳐 들어오는 공입니다. 백도어 슬라이더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슬라이더의 각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제구, 그리고 멘탈이 뛰어나야 합니다. 만약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냥 바깥으로 빠지는 공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할 정도로 투수가 중요한 게임인데, 투수의 심리를 이해하려면 구종과 코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보다 보면 야구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래 글들은 야구 구종과 관련된 글들입니다.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누가 잘 던졌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어두었으니, 여러분들의 즐거운 야구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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