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테이블 세터란 1번과 2번 타순을 의미합니다. 민첩성과 스피드를 고루 갖추고, 타격 정확도가 높은 교타자 스타일들이 많이 맡는 타순입니다. 1번은 특별히 리드오프라고 부르며 출루율과 주루플레이가 중요합니다. 2번은 1번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지만 작전 수행이 뛰어난 선수가 맡습니다. 가장 유명한 테이블 세터 조합을 뽑으라면 한화 이글스, 그리고 국가대표팀의 정근우-이용규 조합입니다. 야구 테이블 세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야구 타선 테이블 세터
야구는 1번부터 9번까지 총 9명의 타자가 번갈아가면서 타석에 서서 투수를 상대합니다. 모든 타자가 공도 잘 치고 주루 플레이도 잘하고 홈런도 잘 치면 가장 아름답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타순을 짭니다. 가장 먼저 타석에 서는 선수들은 1번 타자와 2번 타자입니다. 그러니까 1번 타자와 2번 타자가 출루를 하면 3번, 4번 5번 타자가 점수를 내는 것이 이상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번과 2번 타자의 역할을 테이블 세터라는 말로 표현을 합니다. 풀이를 해보자면 밥상 차리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1번과 2번 타자가 출루해서 반찬처럼 점수낼 거리를 맛있게 만들어 놓으면, 3번 4번 5번 타자는 깨끗이 먹어 치우는(클린업) 것이 점수를 쉽게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1번 타자와 2번 타자의 목표는 출루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2루 베이스까지 진출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두는 것, 그리고 3, 4, 5번 타순에 반드시 홈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테이블 세터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테이블 세터는 가장 먼저 선발 투수의 공을 쳐보는 타자들입니다. 직접 공을 맞대 보기 때문에 경기하는 날 선발투수의 컨디션에 대해서도 먼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직구가 좀 가볍다거나, 슬라이더가 예리하게 떨어지니 다른 구종을 노리라던가 다양한 조언을 클린업 트리오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상대팀을 관찰하는 척후병의 역할도 테이블 세터가 맡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번과 2번 타자는 주로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교타자라고 부르는 유형의 선수들입니다. 수비 포지션은 외야수 또는 2루수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피드와 민첩성이 중요한 수비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수비 포지션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번과 2번 타자의 역할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1번 타자
1번 타자의 특징은 가장 먼저 경기에 나오는 타자라는 것입니다. 즉 1번 타자 앞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서 반드시 살아서 출루해야 한다는 임무를 가진 선수가 1번 타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번 타자는 출루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타격을 잘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 역시 출루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1번 타자는 타율보다는 출루율이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번 타자는 주루 플레이 역시 중요합니다. 일단 어떻게든 1루 베이스로 살아서 진출한다면, 1번타자의 다음 목표는 2루 베이스로 가는 것입니다. 2루 베이스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루 베이스의 1번 타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도루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1번 타자는 도루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종범, 전준호, 류지현, 이종욱, 김주찬, 이대형 등등 도루를 잘하기로 유명한 선수들 모두 1번 타자로 전성기를 보낸 선수들입니다.
즉, 1번 타자에 대해 정리하면 반드시 출루한다. 그리고 반드시 2루까지 간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나오는 역할이 척후병 역할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공을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볼과 스트라이크를 잘 구분하는 선구안이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좋은 1번 타자라면 상대의 공을 잘 커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끝까지 상대 투수의 공을 물고 늘어지면서 그날그날의 컨디션 파악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상대 투수의 투구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덤으로 얻는 효과입니다. 이런 플레이를 잘하던 1번 타자가 바로 기아 타이거즈 시절의 이용규 선수입니다. 끝없이 파울을 치면서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용규 놀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 2번 타자
2번 타자 역시 1번 타자와 마찬가지로 출루율과 주루플레이가 중요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번 타자가 출루에 실패한다면 그 역할은 2번 타자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번 타자에게는 2번 타자만의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작전 수행 능력입니다.
1번 타자가 1루 베이스로 진출해 있다면 2번 타자의 역할은 출루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아닙니다. 1번 타자를 2루 베이스로 진출시키는 것이 2번 타자에게 더욱 중요한 목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번 타자는 1번 타자를 진루시키기 위해서 번트를 대는 등 작전 플레이를 많이 하게 됩니다. 즉,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2번 타자를 맡는 것이 유리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1번 타자는 2번타자 보다 출루율이 높고 도루와 같은 주루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2번 타자는 1번 타자의 역할을 백업함과 동시에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 맡게 됩니다. 다음으로 한국 야구를 대표할만한 테이블 세터 조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대표 테이블 세터
최강의 테이블 세터 조합을 뽑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큰 이슈 거리는 아닙니다. 1번과 2번의 조합보다는 역대 최고의 리드오프로 1번 타자가 누군지에 대한 논쟁이 더 뜨겁습니다. 하지만 1번과 2번의 조합으로 테이블 세터가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한화이글스가 2014년 정근우, 이용규 선수를 동시에 영입했을 때입니다. 이용규 선수와 정근우 선수는 당시 한국 국가대표 1번과 2번을 치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한화이글스는 2007년 3위를 마지막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한 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었기 때문에, 테이블 세터진을 동시에 영입한 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용규 선수와 정근우 선수가 동시에 가동된 것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 이용규 선수는 타율 0.322, 285 득점, 71 도루, OPS 0.804를 기록했고, 정근우 선수는 타율 0.312, 384 득점, 81 도루, OPS 845로 제 몫을 다 해줬습니다. 이용규, 정근우 선수 모두 기대했던 성적을 내면서 제 몫을 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정근우-이용규 테이블 세터진은 누가 1번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입니다. 실제로 정근우 선수가 1번을 치는 경우도 많고 이용규 선수가 1번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김성근 감독님의 경우에는 정근우-이용규 순으로 타선을 짜는 것을 선호했다고 하셨는데요, 이유는 정근우 선수가 우타자, 이용규 선수가 좌타자이기 때문에 좌타자인 이용규 선수가 진루타를 치는 것이 정근우 선수보다 더 유리했다고 합니다. 이용규 선수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정근우 선수보다 더 유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김성근 감독님이 이용규 선수를 1번 타자로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용규 선수는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파울타구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용규 놀이의 달인으로 상대 선발 투수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선발 투수의 힘을 빼버리고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만들어서 3-4-5번의 클린업들에게 보내주는 그런 선수였습니다. 이런 장점을 활용할 때는 이용규 선수를 1번으로 출전시키고 3번으로 정근우 선수가 나왔습니다. 이때 정형화된 2번 타자가 없었는데, 이걸 보면 당시 한화이글스 타선이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테이블 세터를 가동하고도 점수를 낼 수 있는 클린업 트리오 타선이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최하위권을 전전했습니다. 한두 명 잘한다고 해서 야구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테이블 세터에 대해 설명해 보았습니다. 1번 타자는 출루율, 2번 타자는 작전 수행능력이 중요하다고는 했습니다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테이블 세터라는 역할에 중점을 두었을 때 1번과 2번의 역할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실제 야구 감독님들의 경우에는 2번 타순에 강력한 장타를 칠 줄 아는 선수들을 배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크 트라웃, 조이 보토 선수가 2번 타자를 쳤었습니다. 삼성라이온즈 시절에 류중일 감독님도 양준혁 선수를 2번에 두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야구는 이처럼 변화무쌍한 전략이 있는 종목입니다. 그만큼 알면 알 수록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닌가 합니다. 더 재미있는, 다양한 야구 소식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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